미국에서 약 1년간 거주하게 됐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기회가 생길 것이라 상상도 못했는데...
나름 어느 정도 기간을 가지고 하나 하나 준비해나간다고 생각했지만 매 순간이 좌충우돌 사고의 연속이었다. ㅠㅠ
출국 전 한국에서 어디까지 준비했는지 스스로 체계화할 겸, 혹시 미국살이를 준비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겸 하나 하나 정리해본다.
1. 항공권 예약
- 내가 가야 하는 곳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하거나 다른 외국 항공사 경유를 이용하면 된다. 외국 항공사로 표를 구입하면 당연히 더 싸겠지만 짐을 바리 바리 싸들고 걱정 반 기대 반 상태로 경유까지 하면 첫 날부터 너무 기가 빨릴 것 같아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대한항공 직항을 선택했다.
- 문제는 비싸도 너무 비싼 항공권 가격 ㅠㅠ 1년 기간이 끝나고 미국 여행을 할지, 유럽 여행을 할지, 남미 여행을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라 부득이 편도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무려 1인 편도 200만원에 달하는 항공권 가격...
- 이럴 때 생각나는게 바로 마일리지! 오직 마일리지를 위해 그동안 열심히 썼던? 마일리지 적립 신용카드가 빛을 발할 순간이다. 다행히 마일리지가 꽤 쌓여서 편도 항공권은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었다. 내가 사용하던 카드는 현대카드 대한항공 030 카드인데 앞으로 신규 가입이 안 된다고 하니 다른 적립 카드로 꾸준히 적립을 하는 것도 좋을 듯.
2. 한국 집 내놓기
- 1년이라는 기간은 집을 내놓기도, 그냥 두기도 참 애매한 기간이다. 고민 하다가 집을 매매로 내놓기로 하고 시세보다 좀 더 싸게 올렸지만 몇 번의 입질만 있을 뿐 결국 팔리지 않았다 ㅠㅠ
- 출국 시기가 다가오면서 점차 조급해진 마음에 결국 전세 혹은 월세로 전환하기로 했다. 두 옵션 중 전세는 2년이 기본이다보니 월세를 선택!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1년 계약을 하더라도 월세 세입자가 1년 더 살고 싶다고 하면 의무적으로 연장을 해줘야 한다더라...
- 그래도 계약서상으로 2년을 못 박는 것보다는 나중에 마음이 변하더라도 1년으로 계약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월세 세입자를 본격 찾기 시작했다. 내 조건은 1년 계약 + 세입자와 필요한 가구와 가전은 그대로 사용 가능 이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어서 그런지 내놓자마자 신혼부부와 계약을 하고 현재 집에 있는 모든 가전을 그대로 1년간 쓰기로 했다. (1년간 컨테이너에 이삿짐을 보관하는 것보다 집에 그대로 놔두고 세입자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전 수명에도 유리!)
- 이제 남은 건 세입자가 부디 문제 없이 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주는 것, 그리고 1년 연장을 요청하지 않는 것... 이런 저런 마음 고생을 하기 싫고 미국 생활 여유 자금이 넉넉하다면 1년 정도는 그냥 집을 비운 채로 놔두는 것도 좋은 선택지인 것 같다. 물론 나는 돈이 부족해 이 옵션은 애초에 제외했지만 ㅠ
3. 미국 집 알아보기
- 가장 무난하게 잘 마무리됐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부분! 미국 온라인 부동산 정보 제공 사이트인 질로우에서 열심히 거주할 동네의 평균 렌트비와 적절한 집을 몇 달 동안 알아봤다. 하도 많이 봐서 그 동네 매물들의 집 구조가 다 눈에 익숙해질 때 즈음, 한국인 인맥을 통해 한국인 세입자에서 나로 곧장 넘겨받는 매물을 알게 됐다. 이거야 말로 럭키비키잖아~
https://www.zillow.com
- 다행히 사용하던 가전, 가구 등까지 모두 넘겨받는 조건이었고 주변 시세보다 약간 더 저렴하게 계약할 수 있었다. 보통 1~2년 정도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에 인맥 혹은 미준모 카페를 통해 직접 넘겨받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직접 집을 보고 계약하고 싶을 경우엔 미국 도착 후 일정 기간 호텔에 머물면서 한국인 부동산 에이전트 도움을 받아 매물들을 보고 계약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미국에선 신용도가 없는 외국인 입장이기 때문에 이 경우 디파짓을 월세 3개월치로 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이 부분은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내 경우엔 한국인에서 한국인으로 체인지되어서 그런지 디파짓으로 월세 1개월치를 선납했다.
4. 비자 신청
-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지옥의 비자 신청... 미국은 왜 모든 사람이 자기네 나라에서 불법으로 체류하고 싶다고 전제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지만... 철저한 을의 입장으로 굽신거리며 겨우 마쳤다.
- 내 경우는 J1 비자(리서치 스콜라)였는데 가장 먼저 내가 갈 학교로부터 DS2019를 발급 받았다. 이 때도 학교에서 요구하는 자료와 증명이 참 많다고 투덜댔는데 앞으로 겪게 될 일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
-DS2019가 끝나고 나면 이제 DS160을 발급 받을 차례다. 일단 정보 입력을 위해 사이트에 접속을 해야 한다.
https://ceac.state.gov/GenNIV/?TSPD_101_R0=0883343043ab2000e98696b662fb66b8e0024988e193894fb652fe3f617418135a422940d0be2603083a30b4df143000974dabd7e483f00262da6720eee008e094526dccc6ec26931999e3beb6323bd5b52fe9bf76d6a1ea0592e2d9570c73dd
- 이제 필요한 모든 질문에 답변을 달아야 하는데 이게 정말 힘들다...고 들었다 ㅎㅎㅎ 10분? 20분? 마다 웹사이트가 갱신되는 통에 중간 중간 저장을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쓴 모든 내용이 허망하게 날아가버리는 경험을 한다고... 입력해야 하는 것도 굉장히 많다. 최근 일정 기간 내에 해외 어느 국가를 방문했는지부터 내 연봉, 내 보증인 정보까지 개인정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죄다 입력해야만 한다...고 한다.
- DS160 설명을 뭉뚱그려 쓴 이유는 내 경우엔 1년 연수자 보험을 가입할 때 해당 보험사 직원분께서 DS160 작성부터 비자 인터뷰까지 모든 부분을 다 도와주셨기 때문! 덕분에 편리하게 서류 작업을 다 마칠 수 있었다. 정말 이 분 아니었으면 훨씬 험난한 비자 발급 일정이 될 뻔함... (비자 인터뷰 주요 질문지도 뽑아주시고 인터뷰 당일에 직접 나오셔서 설명도 해주심!)
- 어쨌든 이 과정까지 끝나고 나면 비자 인터뷰 날짜를 잡고 여권 원본 / DS 2019 / 은행잔고증명서 / 가족관계증명서 / 사진 / 재직증명서 / 비자예약확인서 / DS160 / Sevis fee 영수증 + 증명에 필요한 모든 추가 서류를 가지고 미 대사관으로 가면 된다!
- 나는 혹시나 소득에 대한 챌린지가 들어올까 싶어 소득 원천징수영수증까지 영문으로 뽑아서 오전 7시 30분 예약 시간에 맞춰 미 대사관으로 갔고 예상대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어디에 줄 서야 하지?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사람들 따라서 맨 뒤에 가서 서 있으면 된다. 그리고 뭘 해야 하지? 고민할 필요 없이 앞 사람 따라서 내라는 서류 그대로 내면 된다.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대사관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앞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 한가지, 차키와 핸드폰 정도 빼고 다른 전자기기는 모두 반입 불가이니 미리 빼놓고 와야 한다. 안 그러면 내 입장 차례가 되어서 광화문역 락커에 짐 놓고 다시 오라는 소리를 듣게 됨. 나는 그건 너무 힘들어서 인근 화단 수풀 속에 에어팟을 몰래 넣어놓고 인터뷰 끝나고 무사히 다시 찾아오긴 했다 ㅎㅎㅎ
- 미국 대사관 영사들이 최근에 바뀌어서 엄청 까다롭다더라, 미국 선거기간이어서 평소보다 더 빡빡하다더라 등의 불안한 소문들을 익히 들어서 덜덜 떨면서 들어갔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꽤 여러명이 발급 거절 당하는걸 두 눈으로 봄... 어떤 아재는 비자 발급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조금만 더 설명 들어달라고 사정하시다가 결국 단호한 영사의 목소리에 포기하고 돌아섰다 ㅠㅠ
- 그리고 이 불안감이 현실이 될 줄이야!!! 내 차례에 이르러서 미소 띈 얼굴로 굿모닝 인사를 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머리를 포마드로 멋지게 넘긴 남자 영사는 내가 못미더웠나보다. 내가 혹시 불법체류할 것처럼 보인건가 ㅠㅠ 가만히 있었으면 나도 거절 레터를 받았을 것 같은 분위기에서 다행히 좀 더 상사?로 보이는 다른 여성 영사가 내 창구로 오더니 추가 서류를 한 가지 더 제출하라고 설명하고 그린레터를 줬다.
- 그린레터는 일종의 유보? 같은 개념인 것 같은데 거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오렌지 레터보다는 그래도 나은 상황이었다. 물론 내 기분은 바닥으로 지하로 떨어졌지만... 그린레터를 받는 순간에도 미소를 지으며 땡큐를 연발하는 내 자신이 싫어졌지만 그래도 비자 승인받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 곧바로 비자 과정을 도와주셨던 보험사 직원 분께 이 상황을 설명드리고 상의했는데 다행히 요구받은 서류만 이메일로 제출하면 큰 문제 없이 승인될 거라고 해주셨다. 이후엔 회사에 열심히 설명해서 필요 서류를 준비하고 거절에서 승인으로 상태가 바뀔 때까지 끊임없이 웹사이트 업뎃을 반복 또 반복
- 결국 서류 제출 후 반나절~하루 정도가 지나서 승인으로 상태가 변경됐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쁘다니 ㅠㅠ
5. 보험 가입
- 미국에선 국가에서 정해놓은 일정 수준의 보험 미니멈이 있고 각 학교마다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가려는 학교의 보험 요구조건을 먼저 파악한 뒤에 1년 연수자 보험을 열심히 알아봤다.
- 앞서 미국에 다녀온 다른 연수자에게 추천받아서 보험 가입을 진행해주는 직원 분을 컨텍했고 그 분이 한화와 동부 두 가지 보험 견적을 뽑아주셨다. 두 가지 중 조건은 동부가 더 나았지만 가격이 좀 더 비싸기도 하고 미국에서 1년 동안 병원에 갈 일이 과연 있을까 싶기도 해서 더 저렴한 한화로 결정!
- 보험은 미국에 가기 위한 자격조건이자 마음 편하려고 가입한거고 진짜 다행인건 이 직원 분을 만나서 비자 발급에 큰 도움을 받은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 ㅎㅎㅎ
6. 이사 준비
- 이사 준비는 여전히 ing인데 미국에 최소한만 가져가자는 기조 아래 우체국 선박 택배로 출국 두 달 전에 먼저 택배를 보냈다. 우체국 선박 택배는 한달에서 길면 3개월 이상도 걸린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 중간인 두 달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맞춰 보냄.
- 먼저 우체국에서 5호 박스를 여러개 사서 필요한 짐 리스트대로 열심히 담았다. 옷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쿠팡에서 5호 박스에 딱 맞는 크기의 압축백을 사서 옷들을 넣으니 부피도 줄고 만족스러운 테트리스 완성~
- 이제 우체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국제우편 스마트 접수를 해야 한다.
https://www.epost.go.kr/main.retrieveMainPage.comm
- 이게 꽤 번거로운 작업인데 상자마다 어떤 물품이 들었는지, 얼마인지, 무게는 얼마나 나가는지 적어야 한다. 나는 정말 정확하게 적어야 하는 줄 알고 펜 하나, 면봉 하나까지 적었는데 나중에 우체국에 접수하러 들고 가보니 그정도까지는 아니고 어느 정도 자잘한건 뭉뚱그려서 '생활용품'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좀 허무했음
- 하지만 꼼꼼하게 적은 덕을 살짝 본 게 있다면 넣으면 안 되는 물품들을 우체국 직원 분들이 리스트에서 발견하시고 전부 다 빼도록 하신거! 충전 사용이 가능한 모든 전자기기, 염색약 등등 안 되는 물품이 생각보다 여러 개 있어서 꽁꽁 싸맨 상자를 다시 풀어 헤쳐 다시 패킹하는게 꽤 고역이었다. 그래도 우체국 직원분들이 워낙 친절하게 도와주시고 우쭈쭈 해주셔서 무사히 완료~
- 박스당 13키로 내외 무게가 나갔고 가격은 6~7만원 사이였다. 최종적으로 7개 박스를 보내는데 43만원을 지출함.
- 우체국을 이용하지 않고 업체를 통해 소량 이사를 하는 방법도 있다. 현대해운 드림백, 대한글로지스 포트택배/셀팩 등이 있는데 모두 훌륭한 서비스인 것 같다. 현대해운 드림백은 신청하면 전용 이민가방을 보내주고 내 가방으로 보낼 경우엔 비용을 깎아준다. 대한글로지스 포트택배는 박스 1개부터 가능하고 셀팩은 10박스부터 가능하다. 셀팩은 미국 집까지 배송되기 때문에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집 근처에 우체국이 있어서 우체국까지 가는게 번거롭지 않았고 소량의 짐만 보내는거여서 가격이 우체국을 통하는게 가장 저렴했기 때문에 우체국을 선택했는데 본인의 상태와 금액대에 따라서 자유롭게 선택하면 좋을 듯!
7. 외화 계좌
- 외화 계좌는 요즘 좋은 상품이 너무 많이 나와서 어떤걸 선택해도 비슷할 것 같음. 나는 신한에서 발급받았다. 계좌당 5만 달러까지 운용 가능. 요즘은 대부분 수수료가 없어서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의 폭이 넓은 것 같다.
8. 이밖에 앞으로 할 일들 (국제운전면허증, 해외체류신고, 민트모바일 가입, 건강검진 등)
-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렁이에서 하나 하나 해나간 내 자신 칭찬해! 하지만 아직도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았다!!
- 일단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아야 한다. 기한이 1년이라고 들어서 출국 직전에 발급 받을 예정임. 동사무소 해외체류신고도 해야 하는데 이건 인터넷으로 가능하다고 하니 천천히 하면 될 것 같다. 조지아주는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으면 현지 면허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하니 새로 면허를 딸 필요가 없어서 정말 다행인 듯~
- 출국 전에 미리 usim으로 미국 번호를 개통해놓으려 한다. 민트모바일 혹은 us모바일 중 더 나은 조건을 알아보는 중인데 둘 다 비슷한 것 같기도?
- 보험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걸로 가입한 대신 사전에 건강검진을 철저하게 받고 치료받을 건 다 받고 나갈 예정이다.
- 이밖에 소소하지만 미국은 국립공원 애뉴얼패스가 있으면 쏠쏠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당근으로 출국 직전에 사놓을까 생각 중임
- 또 분명 놓치고 있는게 있을 것 같아서 리스트를 계속 업뎃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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